최근 몇 년간 가상자산 시장은 눈부신 성장과 함께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AI 시대의 도래는 가상자산 시장을 더욱 예측불허의 영역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와중에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문제는 형평성 논란, 세원파악의 어려움, 세금회피 가능성 등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아직도 속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가상자산 과세의 문제점과 주요국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쟁점과 현황
1) 가상자산 과세의 문제점
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하여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간단한 과세 원칙처럼 보이지만, 가상자산이 가진 고유의 특성으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다.
형평성: 수천종에 달하는 종류, 각기 다른 변동성, 마이닝·에어드롭·스테이킹 등 다양한 형태의 획득 및 운용방식. 가상자산의 이런 특성들로 인해 과세기준과 평가방법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 이는 가상자산 투자자들 간의 과세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고, 다른 자산과의 과세 형평에도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세원파악의 어려움: 블록체인, 익명성, 국경 없는 거래의 특성상 세원파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문제와 상충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세원파악 문제는 현실에서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과세제도인가 아니면 이론만 그럴 듯한 과세제도인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세금회피: 개인지갑 신고의무화 반대서명을 포함하여 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다양한 저항과 주장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각 주장의 근거 또한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자산축적과 부의 대물림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절세라는 탈을 쓰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기에, 가상자산 과세를 무한정 미룰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2) 주요국 및 한국의 현황
미국과 영국의 경우, 가상자산 대여소득은 종합과세 양도소득은 분리과세하며, 다른 자산과의 손익통산 및 손실에 대한 이월공제를 허용한다. 독일은 가상자산 양도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장기투자는 비과세, 단기투자는 이월공제를 허용한다. 일본은 가상자산을 잡소득으로 분류하여 종합과세하고, 손익통산과 이월공제는 안된다.
한국은 2023년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시장의 혼란과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2027년으로 과세시기를 연기했다. 하지만 과세시점, 과세대상의 범위, 소득금액 산정방식, 세원파악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아직은 더 필요한 실정이어서, 2027년부터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상자산 과세 설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
가상자산 과세는 투기적 행위를 억제하고, 건전한 투자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과세는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을 높이고, 정부의 재정 수입 확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과세 설계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측면들이 있다.
첫째, 납세자의 이해도를 고려해야 한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과세방식은 납세자의 혼란과 저항을 야기하고, 세금회피의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쉽고 명확한 과세기준 설계가 필수적이다.
둘째,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과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과세시점, 평가방법, 손익통산, 이월공제, 세원파악 등 여러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가상자산 거래와 새로운 금융 상품의 출현에 발맞춰 과세기준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셋째, 국제 공조를 통한 과세 사각지대 방지도 중요하다. 가상자산 거래는 국경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세금 회피를 막기 어렵다. 따라서 국제적인 정보 공유와 협력을 통해 과세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결론 및 제언
가상자산 과세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남은 것은 어떻게 하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납세자의 수용성을 높이면서, 과세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느냐이다.
정책당국은 시장 참여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현실적인 과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명확하고 예측가능한 과세기준을 제시하고, 납세 편의성을 높이는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한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과세의 필요성에만 함몰되어 현실 시장과 동떨어진 과세시스템을 설계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세법에는 그런 부분이 몇 곳 있다. 우리 세법만의 문제는 아니며, 전세계의 세법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다.
신용승
공인회계사/세무사
정진회계법인/한국절세포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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