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유산취득세, 오해와 진실

작년부터 뜨거운 상속세 개편 논쟁의 중심에는 유산취득세 도입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유산취득세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오늘은 유산취득세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상속세 논쟁의 대안으로서 가치가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유산세 vs 유산취득세

유산세는 상속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반면, 최근에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각자가 받은 재산에 대해 따로따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재산이 받는 사람별로 쪼개지므로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자녀2명이 있는데 배우자 30억, 자녀1 35억, 자녀2 35억으로 상속재산을 분할했다면, 유산세 방식에서는 100억원 전체를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한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각자가 받은 부분 즉 30억, 35억, 35억에 대해 각자의 상속세를 따로따로 계산한다.

100억을 유산세 방식으로 계산하면, 50% 세율을 맞는 금액이 35억 정도 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여, 30억 35억 35억으로 나눠서 각각의 상속세를 계산하면, 50% 세율을 맞는 금액은 없어지거나 10억도 안되는 수준으로 바뀐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속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유산취득세에 대한 오해와 진실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부자들에게만 엄청난 혜택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질타를 받는 유산취득세가 억울해 보인다. 하지만, 유산취득세에 대한 이런 우려에는 오해가 있다. 부자감세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최고세율을 1%만 낮출까? 유산취득세로 바꿀까?”라고 물으면, 어떻게 답을 할지 궁금하다.

故 김정주 넥슨 회장의 상속세가 6조원이라고 하는데, 상속세 최고세율을 1%만 낮추면 세금은 1,200억원이나 줄어든다. 하지만,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자녀 1인당 최대 감세액은 4.6억원 정도다.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이 이상은 세금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나마 자녀가 1명인 경우는 감세효과가 없다.  자녀가 보통 2명임을 감안할 때, 그 효과는 최대 4.6억원이다.

반면에, 재산 20억 자녀 2명인 가정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1% 낮추어도 세금은 그대로다. 재산이 적은 중산층의 세금은 줄어들지 않는다. 대신,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세금이 1.3억원 줄어든다. 재산 10~20억의 중산층은 상속세에서 해방된다. (참고: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인별 공제가 적용됨. 이 계산은 올해 3월 12일 정부가 발표한 자녀공제 5억원을 인별 공제액으로 보아 산출함)

상속세 개편의 필요성 vs 부자감세

현재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우리 기업의 저평가를 초래하고, 해외투자 유치를 곤란하게 하고, 경제적 비현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등 많은 문제가 있기에 개편의 필요성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부자감세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 또한 무시해서는 안된다. 상속세로 인해 우리 사회가 분열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양자를 모두 품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결론 및 제언

이런 상황에서 유산취득세 도입은 양측의 요구를 포괄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몇 천억씩 상속세를 내는 사람에게 자녀 1인당 최대 4.6억의 세금을 줄여 주긴 하지만, 재산 10~30억 정도의 사람들을 상속세에서 해방시켜주거나 대폭 삭감해 주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200kg인 사람이 5kg을 감량했을 때 보다, 50kg인 사람이 5kg을 감량했을 때의 체감효과가 훨씬 더 크게 다가온다.

물론, 유산취득세의 감세효과가 드라마틱하게 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 기업 저평가나 해외투자 유치 문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가 몇 억씩 나오는 경제적 비현실성은 어느정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어떤 방법 보다도 부자들보다 중산층에게 실질적인 체감효과가 더 크다. 따라서, 유산취득세는 의미 있는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승
공인회계사/세무사
정진회계법인/한국절세포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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